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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이야기

글자꼴 신규성 판단

디자인보호법은 특허청이 심사를 통해 글자꼴의 신규성을 인정하면, 창작자가 그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따라서 이 심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판단되어야 할 것이 ‘신규성’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특허청의 신규성 판단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특허청은 글자꼴을 보호하는 법안을 준비하면서, 2003년 신규성 심사를 위해 ‘한글 활자꼴 보호범위와 유사성 판단기준에 관한 연구’를 안상수 선생님께 의뢰했습니다. 그때 저는 연구원 자격으로 이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글자꼴이 저작권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아주 큰 불만을 품고 있던 저는 특허청이 글자꼴을 법으로 보호한다는 움직임을 반겼고,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시작하면서 바로 의문이 들었습니다. 글자꼴의 신규성은 어떻게 규정할 것이며, 누가 어떻게 판단할까? 저는 특허청에 이러한 질문을 했습니다. 특허청은 글자꼴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오랜 경험을 한 사람이 현재 존재하는 글자꼴과 명백히 다르다고 인정할 때 신규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너무 주관적이지 않나요?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경험’의 기준을 물었습니다. 10년 이상 글자꼴 분야에서 일한 사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특허청은 ‘글자꼴과 관계없는’ 산업디자인 전공 ‘박사’가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사자의 지식과 경험으로 신규성을 결정하지만, 정작 글자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심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허청은 산업디자인 ‘박사’니까 글자꼴 신규성 판단 방법만 알려주면 판단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저는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은 다른 분야고, 시각디자인 분야 안에서도 ‘글자꼴’ 디자인은 또 전혀 다른 분야라서 산업디자인 전공자가 글자꼴의 신규성을 판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특허청은 만약 담당 심사자가 신규성을 판단하기 어렵거나 신규성 심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관련 전공 교수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다시 심사하는 제도가 있으니, 문제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의구심을 거둘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대학교에 글자꼴을 전공한 교수나 본문용 활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본 교수는 없었고, 단지 글자꼴을 다루는 타이포그래피 전공 교수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자꼴 창작과 모방에 대한 연구도 없는 상태에서 본문용 글자꼴인 명조체나 고딕체처럼 미세한 차이를 가진 글자꼴의 신규성을 과연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저는 글자꼴 유사성 판단기준에 관한 부분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특히 글자꼴의 신규성을 판가름해야 하는 사람이 글자꼴의 유사성을 판단할 때,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가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글자꼴 창작의 유형으로 ‘창작’과 ‘개선’을 말하고, 복제의 유형으로 ‘복제’, ‘변조’, ‘모작’에 대해서 생각을 말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글자꼴의 ‘창작’에 대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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