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는 크게 소리글자와 뜻글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소리글자는 소리를 기호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뜻과 상관없이 소리를 적는데 탁월하며, 대표적인 예로 한글, 알파벳, 가나 등이 있습니다. 뜻글자는 의미를 압축해 표기하는 방식으로 같은 지면에 많은 정보를 담는데 탁월합니다. 대표적으로 한자가 있습니다. 문자의 기능을 소통과 저장이라고 한다면 한글과 같은 소리글자는 ‘소통’ 기능이 뛰어나고, 한자와 같은 뜻글자는 ‘저장’ 기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죠.
문자는 대부분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져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그래서 오래된 문자에는 흥미로운 신화가 있습니다. 반면 한글은 만들어진 때와 만든 사람이 밝혀져 있어 신비로운 신화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글은 창제의 배경과 목적, 제자원리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한글을 만든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 문자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고 흥미로운 부분이 서로 다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문자는 생김새 또한 서로 다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알파벳은 곡선이 가지런하게 반복되어 깔끔하게 줄을 만들어 내고, 한자는 강약과 완급이 있는 풍경을 보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한글은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네모틀 안에 놓인 한글이 정갈하고 담백하게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건조하고 심심하다고도 느낍니다. —사실 이렇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각 문자의 이미지는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은 단편적인 이미지일 뿐, 실제로 각 문자는 훨씬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각 문자의 글자체 일부분만 보고서 인상을 단정하고 평하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지구 안에는 다양한 자연 풍광이 있습니다. 산과 바다, 강과 들. 그리고 그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 모습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듯 각 문자도 서로 다른 것입니다. 그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면, 각 문자가 가진 고유한 멋이 살아나 지구 안 시각 문화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씨입니다.
인선왕후가 숙명공주에게 쓴 한글편지
《숙명신한첩(淑明宸翰帖)》 〈국립청주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