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성 실험들 ➊
가독성 실험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글을 인지하는 단위나 과정을 찾는 연구, 어떤 글자가 판독성이 좋은지를 찾는 연구, 가장 잘 읽기 위한 조건을 찾는 연구입니다. 아래에서 그동안 이루어진 국내 연구 중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음절수가 한글 단어 재인(再認) 반응시간에 미치는 영향」(최양규, 1986)에서는 받침의 유무와 관계없이 음절이 많을수록 단어에 대한 반응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통해 한글 낱말의 지각 처리 단위가 낱글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또 「한글 글꼴 동일성 여부에 따른 단어 우월 효과」(박수진·정우현, 2005)와 「한글의 시각적 동일성과 친숙성에 따른 단어 우월 효과」(박수진·정우현, 2007)는 이전 글에서 이야기했던 단어우월효과에 관한 연구입니다. 연구자는 글꼴이 달라져도 단어우월효과가 일관적으로 관찰되었고, 시각적 친숙도는 단어우월효과가 나타나는 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곧 네모틀과 탈네모틀이라고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글을 인지하는 단위나 글을 지각할 때 처리하는 과정 등을 알기 위한 것으로, 우리가 어떻게 읽는가를 밝히는 연구입니다.
판독성이 좋은 글자를 알아보는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글의 글자꼴에 따른 판독성과 가독성에 관한 비교연구」(원경인, 1990)에서, 탈네모틀 글자는 가로모임꼴 글자 [이] 계열에서, 네모틀 글자는 세로모임꼴 글자 [으] 계열에서 정확하게 읽을 확률이 높았다고 합니다. 연구자는 안상수체를 기준으로 [으] 계열의 글자를 더 크게 그린다면 판독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의견을 달았습니다.
또한 글자 크기가 2cm이고 글자를 10m 떨어져서 볼 경우, 네모틀 글자는 시각적 융합현상으로 글자가 뭉쳐 보여서 판독이 어려워진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글자 크기가 6cm 이상 되어야 네모틀이든 탈네모틀이든 글자를 인지할 수 있고, 가로모임꼴 [이] 계열에서 탈네모틀 글자는 받침이 있을 때, 네모틀 글자는 받침이 없을 때 빨리 인지되었습니다. 이것은 가로모임꼴에서 받침이 있을 때, 탈네모틀 글자의 윤곽이 잘 나타나지만, 네모틀 글자는 글자의 획 수에 따라서 글자가 뭉쳐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받침이 없을 때는 탈네모틀 글자보다 네모틀 글자가 물리적으로 약 1.5배 크게 그려지기 때문에 더 잘 인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비교 실험을 통해서도 네모틀 글자와 탈네모틀 글자는 상황에 따라서 적합성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네모틀과 탈네모틀의 우월함을 논쟁하기보다, 각 글자체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더 유리한 조건인지를 찾아서 글자체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가독성 실험은 심리학자에게 크게 인기 있는 분야는 아닌 듯합니다. 꾸준히 연구된다기보다 어떤 실험 방법이 새로 고안되거나, 특별한 연구 대상이 나올 때 집중적으로 연구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제 어느 정도 결론이 났다고 판단하여 특별히 밝혀야 할 것이 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에는 잘 읽히기 위한 조건을 찾는 연구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