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성 실험들 ➋
가독성 실험에서 잘 읽히기 위한 조건을 찾는 연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중 몇가지 연구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글 타이포그래피의 가독성에 관한 연구—10포인트 활자를 중심으로」(안상수, 1980)에서는 글자 크기가 10포인트 일 때 글줄길이가 8cm, 글줄사이는 5포인트를 띄우는 것이 가장 잘 읽히며, 글자사이는 사진식자에서 조절하지 않은 상태의 글자사이보다 좁혀주는 것이 가독성에 좋다고 말합니다. 이 연구에서 조사 대상이었던 20대는 세로짜기보다 가로짜기한 것을 더 잘 읽는 것으로 나타났고, 고딕체보다는 명조체가 본문용 활자로 더 적합하다고 했습니다.
「한글의 본문용 문자체와 그 가독성에 관한 연구」(황진희, 1982)에서는 다섯가지 글자체를 비교하여 실험한 결과 명조체, 고딕체, 그래픽체, 디나루, 세나루 순으로 가독성이 좋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글자가 네모틀에 꽉 찰수록 가독성이 나빠지며, 글자 줄기가 너무 가늘거나 굵으면 가독성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글자의 가로줄기보다 세로줄기가 약간 굵은 것이 가독성에 좋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중·고등 교과서 본문 활자크기의 가독성 연구」(안상수, 1991)에서는 독서 속도 측정 실험을 통하여 어떤 활자 크기가 중·고등학교 교과서 본문에 적합한지를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중학교의 경우, 11.5포인트가 가장 가독성이 높은 것으로 나와 현행 12포인트 보다 글자크기가 약간 작아져도 좋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경우, 10포인트가 가장 가독성이 높은 것으로 나와 현행 10.5포인트보다 글자 크기가 약간 작아져도 좋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명조체와 샘물체 단어모양이 한글인식에 미치는 효과」(김호영·정찬섭, 1992)는 글자꼴 외곽에 엔트로피가 낮다는 실험에 따라 글자꼴의 외곽형태가 가독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 하에 가독성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명조체가 샘물체보다 가독성이 좋아 한글의 글자 외곽은 영문의 소문자와 다르게 가독성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 실험을 본 뒤에 가독성 실험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명조체와 샘물체는 비교 대상으로 삼기 부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글의 글자꼴과 문장의 가독성」(정우현·한재준·정찬섭, 1993)에서는 명조체나 고딕체 같은 네모틀 글자꼴의 가독성이 샘물체나 한체 같은 탈네모틀 글자꼴보다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네모틀 글자꼴이라 하더라도 매우 친숙한 글자꼴인 명조체(장평100)와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글자꼴인 고딕체, 명조체(장평50)는 가독성에 차이가 없었지만, 이에 비해 샘물체나 한체같은 탈네모틀 글자꼴의 가독성이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것은 단순히 학습 효과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글줄간격이 넓을 때는 탈네모틀 글자꼴과 네모틀 글자꼴의 가독성 차이가 크지 않았고, 한체의 가독성이 샘물체의 가독성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네모틀 글자꼴과 탈네모틀 글자꼴의 자모 형태의 차이와 외곽틀의 차이 외에도 다른 요인들이 가독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다음에 가독성 연구 결과를 몇 편 더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