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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그래피 이야기

동대문 (2013)

《동대문》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쓰일 글자체였습니다. 결과를 말씀드리면 계획대로 사용되지 않고 몇몇 공간(장소?)의 이름으로 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DDP 이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물과 심볼의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동대문》을 그렸는데, 지금 보면 사용될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당시에 DDP가 층의 개념이 모호한 건축물이라는 것에만 집중해서, 글자체에도 모호한 층이 나타나면 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유선형 건물이었다는 것과 그 공간의 성격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부족해서 시각적으로 결이 안 맞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합니다.



《동대문》 글자체에서 나타내려고 한 모호한 층은 획수에 따라 각 글자의 전체 크기가 달라진다는 특징 때문입니다. 가장 획수가 많은 글자를 기준으로 그리드를 만들어 두고 각 글자의 획수에 따라(가끔 ㅅ이나 ㅎ처럼 조금 애매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필요한 공간을 물리적으로 맞춰 그렸습니다. 가로획과 세로획의 획수가 다른 경우에는 많은 쪽 획을 기준으로 정사각형 공간을 차지하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를’은 가로획이 7개로 전체 글자 중 가장 획수가 많아서 전체 그리드를 다 활용해 7x7칸에 맞춰 그리고, ‘므’는 가로획이 3개 세로획이 2개이므로 더 많은 획을 기준으로 해 3x3칸에 맞춰 그렸습니다.

특히 글자의 정렬을 위아래 가운데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글자의 외곽 형태가 달라집니다. 또 다음에 오는 글자에 따라 자유롭게 선을 만들어가며 활용해도 오르락내리락 재미있는 외곽 형태가 나타나기 때문에 활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글자체입니다.

사실 이 생각은 DDP에 어울리는 글자체를 만들려는 노력보다, 탈네모틀 글자의 기존 개념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탈네모틀 글자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기존의 탈네모틀 글자는 대부분 자소 중심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전체적인 형태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소 중심의 구조를 깨면 새로운 방식의 탈네모꼴 글자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탈네모틀을 다른 측면에서 접근해봤다는 면에서는 마음에 드는 작업이었지만, 실제 사용되지 않아서 좀 부끄러운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 이미지는 개관 기념전에 출품한 포스터로 자유로운 정렬을 통해 리듬감을 만들었습니다. 동대문과 관련된 노래와 사람 장소 등의 이름을 기억하자는 뜻을 담은 작업입니다. 이때 글자의 두께에 따라 자족을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6가지 정도의 자족을 만들어 포스터에 함께 활용했습니다. 당시에 필요한 글자들만 그리고 작업을 멈추었는데 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오히려 쉽고 적합한 방식으로 《동대문》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동대문》을 베리어블 폰트로 만들 생각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탈네모틀 글자체를 많이 그렸는데, 《동대문》이 제가 그린 마지막 탈네모틀 글자체입니다. 이제는 글씨, 전각 등 다른 방향의 글자체를 그리고 있지만, 죽기 전에 한 번쯤 더 또 다른 탈네모틀 글자체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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