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타이포그래피 이야기

한글 서예의 현대적 변용에 대한 질의문 2

<한글서예의 창신과 조형세계 확장>
[일시] 2022년 11월 12일 토요일 09:30~16:10
[장소] 국립한글박물관 지하 1층 강당
[주최] 국립한글박물관
[주관] 미술사연구회

서예가이자 예술가인 김종건의 논고 ‘한글 서예의 현대적 변용’에 대한 질의를 맡았습니다. 제가 작성한 질의문을 두 편으로 나누어서 소개합니다.

———————————

이 맥락에서, 김종건 이외에도 많은 현대 서예가가 예술로서의 서예를 다양하게 현대적으로 변용하고 있다. 그런데, 글씨가 예술로서의 위상을 획득하기 이전, 소통의 매개였던 일상의 글씨에 대한 현대적 변용은 특별한 진전이 있는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서사 도구가 변했고, 글씨 크기도 달라졌으며, 문장방향 또한 변했는데, 한글 글씨는 궁서체 이후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서사용으로 쓰이던 바르고 정확한 모범적인 한글 글씨에 대한 현대적 변용은 더는 서예가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궁금증이 생긴 것은 오래전부터 활자는 글씨를 바탕으로 제작하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1950년 후반부터 활동한 활자디자이너 최정호가 세로로 쓰인 궁서체를 탁월한 미감을 발휘해서 가로쓰기에 적합하게 글자의 균형과 비례를 바꿨고, 그 결과물이 현재 우리가 널리 사용하고 있는 본문용 활자다. 이에 더불어 한글 글씨에서 가로쓰기용 본문 활자로 만드는데 씨자로 삼을 수 있는 정자체가 있는지 궁금하다.

덧붙여, 한글 활자디자인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일상에서 멀어진 글씨로 인하여,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절망감이 크다. 글씨 쓰기를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는 학생은 한글을 쓰는 순서를 모르는 경우가 흔해서, 한글의 기본적인 균형과 비례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을 방법은 결국 교육이라고 본다. 김종건 또한 필묵에서 해정 김세호 선생님과 여러 서예 이론가가 한글 글씨의 변천에 대해 강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었다. 여러 서예 이론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한 사람으로서, 일상에서의 글씨를 회복하는 교육은 어떤 내용과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질의자 또한 김종건이 바라는 대로, 일상에서 글씨가 살아나야 예술로서의 글씨도 살아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현대 서예인은 어떠한 시대정신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고 보는가?

이 질문들은 그동안 김종건이 고민한 바는 있지만, 아직 그 성과를 나타내지 못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자리를 빌려서 그동안 했던 고민과 크고 작은 시도를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활동 계획이 있는지 듣고 싶다.

다음은 질문이라기보다, 같은 시대를 사는 동료로서 함께 고민하고 싶은 일에 대한 의견이다.

현대 사회는 모범이 갖는 가치보다, 다름이 갖는 가치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그 때문에 예술에서도 사회 공동체의 공통된 미감을 발견하고 담으려는 노력보다, ‘다름’에 더 몰입해 있어서, 때로는 아름다움에 더는 격이 없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질의자는 서예가 사회 공동체의 공통된 미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글씨를 쓴다는 전제가 까다롭기는 하지만, 적어도 바르게 쓴 글씨를 알아보는 정도의 교육만 받아도, 글씨를 통해서 이 시대에 따를만한 ‘아름다움’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예술에서 늘 강조하듯 격을 넘어서는 파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글씨는 디지털 세상에서 활자의 몸을 빌려 다시 일상에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그 시작은 서예가 안에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대중이 공감하고 교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는 김종건이 그동안 노력했던 것과 비슷하지만, 글씨를 감상할 대상으로 삼느냐, 일상에서 공통감을 형성하는 역할로 삼을 것이냐의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논고 마지막에 AI를 이야기했다. 많은 사람이 미래에 인간과 AI가 공존할 것이고, 그때 인간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문제는 먼저 인간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고민해야 한다. 적어도 하나 생각나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모범이 되는 글씨를 AI가 제시해줄 수는 없지 않을까?
(주)활자공간 최주영 105-87-35047 통신판매업번호: 제2011-서울마포-0650호 글 관리자: 이용제
leeyongje@type-space.com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476-44 시연빌딩 2층
copyright © 2021 (주)활자공간 all rights reserved